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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들으면서 멀리 고향 필리핀을 떠나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동포들이 한국에서 '제2의 고향'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화여대 광고홍보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마리아 레지나 알퀴자(Mariah Regina P. Arquiza. 24)씨는 "한국에 있는 필리핀 동포들에게 작은 즐거움이나마 줄 수 있어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알퀴자 씨는 이화여대 창립 120주년 기념사업으로 개발도상국 장학생들을 초청해 지원하는 '이화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Ewha Global Partnership Program)의 첫 수혜자로 지난 2006년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 8월부터는 웅진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문화 가족 음악 방송의 DJ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학업과 방송 활동을 병행하느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다문화 가족 음악 방송은 한국으로 이주한 결혼 이민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국내 거주 이주민이 많은 4개국 출신의 원어민 DJ가 각각 모국어로 진행하고 있으며 알퀴자 씨는 필리핀어 방송을 맡고 있다.
국내 필리핀 노동자들을 위한 월간 잡지에 기고하고 필리핀 유학생 모임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그는 평소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방송의 주 청취자가 다문화 가정의 여성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지원을 결심했다.
필리핀어로 뉴스, 기초 한국어, 한국 문화 소개 등 3가지 코너를 진행하면서 현지 대중음악도 들려주고 있어 "필리핀 사람들이 마치 고향에 있는 듯 한국에서도 필리핀어 방송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감격해한다"고 전했다.
그는 작가들이 작성한 원고 이외에 필리핀에는 없는 '빼빼로 데이' '꽃샘추위' '월세' 등 한국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직접 인터넷이나 도서관을 찾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유학 생활이 만족스럽다는 그는 그러나 외국인과 타문화에 배타적인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 대한 애정어린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알퀴자 씨는 "한국은 아직 다문화 사회를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외국인이나 결혼 이민 여성들에게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를 받아들일 것을 기대하고 정작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관계가 형성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처럼 고향을 떠나온 동포들에게 "한국에서도 '고향'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지금 있는 이 자리에 감사하고 이 곳을 내 집으로 받아들일 때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행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4학년 한 해를 마치고 한국에서 계속 석사 과정을 밟을지 아니면 또 다른 '고향'을 찾아 떠날지를 두고 고민 중이라는 그는 "이제 한국, 이화여대는 나에게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며 웃었다.
알퀴자 씨의 방송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오디오음악방송(855번 채널)이나 웅진재단 홈페이지(http://www.wjfoundation.or.kr)를 통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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