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을 하기 시작한지 올해로 20년이 됐지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노동착취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2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전날 120주년 세계 노동자의 날을 기념해 이주노동자의 실태와 처지를 알리기 위한 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이주노동자 2백30여명이 참여해 자신들이 한국에서 겪은 경험과 한국 생활의 느낌 등을 이야기했다.

지난 1999년 국내에 들어와 불법 이주노동자가 된 방글라데시인(28) A씨는 불법 체류자라는 딱지 때문에 밀린 임금을 달라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한국에 와서 여러 공장을 돌면서 주물 작업을 맡아왔다"며 "하지만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 뒤 추가 근무한 임금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6월 국내에 입국한 인도네시아인 B(28)씨 역시 힘든 일은 자기에게만 오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의 한 가구공장에서 일하는 B씨는 "우리 공장에 외국인은 나 혼자"라며 "(가구를 만드는 일 외에)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일은 나만 시키고 있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지난 1991년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제도'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이 국내에 들어온 지 올해로 20년이 됐지만 이들의 삶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주노조와 외국인노동자협회 등 이날 대회 주최측은 "최근 통과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는 이미 사라졌던 외국인 지문날인이 부활했고 불법 단속을 합법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의 처지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고 관계 당국을 비난했다. 이주노조 이정원 교육선전차장은 "불법 노동자만 양산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장기 체류 노동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 사회의 일원이 돼 가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와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인은 어느덧 1백18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합법적인 신분으로 머무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50만명이지만 불법 이주노동자 역시 18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이 국내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몫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아직도 국내 산업계의 그림자로만 남아 있어 하루빨리 이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