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 씨를 비롯한 4명의 캄보디아인을 고용한 라남준(60) 씨는 이들 덕에 올해 1만 평 규모의 하우스 농사를 무사히 지었다.
라 씨는 "요즘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아예 농사를 못 짓는다"면서 "한국인을 고용하려 했지만 이런 일을 하려는 사람은 도통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었으면 인건비가 워낙 많이 들어 상추를 비싸서 못 사먹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 씨는 올해 4월 고용지원센터에 외국인 근로자 10명을 신청해 4명을 배정받았다.
일손이 달리는 농촌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유일한 대안이다 보니 신청자가 폭주해 원하는 만큼 조달하지 못한 것.
외국인 근로자 신청과 교육 등을 대행해주는 농협의 김현숙 외국인력고용지원팀 과장은 "올해 4월 2천명을 배정받아 신청을 받았는데 신청 시작 2시간30분 만에 마감됐다"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이 달린다"고 말했다.
8월에 2차로 1천100명이 배정됐는데 그것도 며칠 만에 마감됐다.
현재 국내에는 1만명 정도의 외국인 근로자가 농축산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김 과장은 "내년에는 7천명을 배정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모두 반영돼도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적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가 '상전' 대접을 받는 경우도 잦다.
라 씨는 "6개월 이상은 일해야 숙련돼 일을 시킬 만한데 1년쯤 지나면 다른 농가에서 돈을 더 주고 데려가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붙잡아 두려고 계약보다 돈을 더 얹어주고 퇴직금도 주는 등 상전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첫 업체와 계약이 해지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문제가 부각되면서 요즘은 3년의 근로 기간 3번까지 근무지를 바꿀 수 있다.
라 씨는 "사장이 부당하게 대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근무지를 바꿀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언제 그만둔다고 할지 몰라 불안한 마음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3번까지만 근무지를 바꿀 수 있는 규정조차 없애야 한다며 헌법소원까지 냈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잦은 근무지 변경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공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