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4 중앙일보]

박수홍씨, 다문화 가정 부부 무료 결혼식 도와


▲ 박수홍씨가 결혼식을 올린 다문화 가정부부와 포즈를 취했다. <김태성 기자>

23일 오전 1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필리핀(6명)·베트남(6명)·중국(4명)·캄보디아(1명)·네팔(1명)·인도네시아(1명) 등 6개국 출신 신부들로 이뤄진 다문화 가정 19쌍의 합동 결혼식이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이날 300여 명의 하객이 ‘지각 결혼식’을 축복했다.

“제가 결혼하는 것처럼 너무 떨리네요.” 이날 사회를 본 방송인 박수홍(38)씨의 말이다. 외국인 신부들이 뒤늦게나마 면사포를 쓰게 된 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 KT&G 복지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수 년째 사회복지 사업에 동참해 왔던 그는 이 재단의 김재홍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다문화 가정 부부들의 결혼식을 올려주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했다. 재단 측에서 이를 받아들여 비용을 전액 후원했다. 구로구 건강가정지원센터와 YWCA 봉천종합사회복지관 등 기관 네 곳에서 추천을 받아 대상자들을 선정했다.

박씨가 운영하는 웨딩업체(라엘웨딩)는 웨딩드레스·메이크업·사진촬영·피로연 등 식 준비를 맡았다. 19쌍의 부부는 2박3일간 제주도 신혼여행을 다녀온다. 주례는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았다. 유리상자·휘성·이수영씨 등 동료가 축가를 불렀다.

“2003년 MBC ‘느낌표! 아시아 아시아’에 출연하면서 이주 노동자를 비롯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됐어요. 우리가 얼마나 그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지를 깨달았지요. 그 뒤 장애인 부부 50쌍 결혼식에서 사회를 본 적이 있는데, 가족들의 함박웃음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웨딩 사업을 하게 되면 꼭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해봐야지 하고 다짐했는데 오늘 이렇게 결실이 맺어졌네요.”

‘기부천사’ 김장훈씨처럼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박씨도 나눔정신을 실천하는 연예인 명단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선한 세상 만들기’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이주노동자 자녀를 위한 어린이집 건립기금 모금에 앞장섰으며, 적십자회비모금 캠페인에도 7년째 무료 출연하고 있다. 2006년에는 기부문화에 기여한 공으로 행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내 것을 이웃과 나누는 데는 각자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열심히 일해 번 출연료를 내고, 누군가는 독거 노인이나 보육원을 방문하죠. 저는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발품을 많이 팔았지요. 중요한 건 나눔이 습관처럼, 일상처럼, 내 삶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 아닐까요. 저라고 남을 돕는 일이 처음부터 쉬웠겠어요? ”

그는 “이제는 나눔 실천에 대한 사명감을 느낀다”라며 “다문화 가정을 위한 결혼식이 해마다 열렸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