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불법 체류자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식당․마트(쉼터)에 사전 허가 없이 기습적으로 단속을 벌여 이주노동자인권단체와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 측은 신분증 제시 등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주민과함께하는다국적상가협의회는 9일 오전 김해시청 브리핑룸에서 "법절차를 무시한 법무부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행태에 대한 규탄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형진 김해이주민인권센터 대표와 김정수  김해이주민인권센터 간사 등이 참석했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원하영 베트남식당 운영자와 켄유 미얀마공동체 대표,  강희석 인도네시아식당 운영자 등이 피해 상황을 보고했다.  박성훈  다국적상가협의회 회장이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들에 따르면, 법무부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일요일인 지난 7일 오후 2시부터 김해 서상동 일대를 단속했다. 법무부 직원들은 베트남식당과 미얀마이주노동자 마트(쉼터), 인도네시아식당 등을 단속했다. 이날 법무부는 21명의 직원을 투입해 21명의 불법체류자를 붙잡았다.

김해이주민인권센터 등 "법 절차 무시한 단속"

이들은 "법무부 직원 1명이 이날 오후 2시경 베트남식당에 점검하러 나왔다고 이야기하고 들어왔고, 이어 식사 중이던 외국인이주노동자에 대한 신분증 조회를 벌였다"면서 "법 절차를 무시한 단속에 대해 항의하자 법무부 직원은 반말로 윽박지르며 단속의 정당성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직원들은 비슷한 시각에 미얀마이주노동자 쉼터를 단속했다. 이들은 "당시 생일파티 준비로 이주노동자 20여명 정도가 쉼터에 있었다"면서 "아무런 설명 없이 무단으로 난입하여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무부 직원 2명은 인도네시아 식당에도 들어왔는데, 사장이 나가라고 해 10여분간 실랑이가 벌어졌다"면서 "문을 부수고 들어와 단속했으며, 도주하던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가 전기 충격봉으로 인해 실신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김해지역 상가, 특히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식당을 운영하거나 마트, 오갈 곳 없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등에 사전 허가 없이 기습적으로 난입하여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불법적인 단속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단속이 미등록(불법)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와 기숙사 위주였다면 어제 벌어진 단속은 일반시민들과 차량의 이용이 번잡한 시내 한복판에서 자행되었고 특히 상가 주인이나 건물주인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난입하여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이 자행되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항의하는 식당주인과 인권단체로 인해 단속이 계속 지속되지는 않아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의 불상사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면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하지 않고 단속 일변도로만 해결하겠다는 법무부의 태도는 차치하고 집행절차까지 무시하고 단속하는 불법적인 단속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불법적인 단속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과 "단속과정의 책임자를 처벌할 것", "미등록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 등을 촉구했다.

법무부 "업주 동의 절차 등 구한 뒤 단속 폈다"

법무부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단속팀 관계자는 "그날 식당 2곳과 마트 1곳을 단속했는데, 먼저 베트남식당에서는 팀장이 들어가 업주의 동의를 구한 뒤 직원을 투입해 단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식당에서는 업주가 동의하지 않아 기다리는 사이에 3명이 도망을 갔고, 나중에 들어가 보니 도망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뒤에 검거했다"고 말했다.

마트 단속에 대해, 그는 "단속직원들은 항상 신분증을 목걸이로 만들어 걸고 다니고, 처음에 마트에 들어갔을 때는 주인이 없어 전화를 했더니 상가협의회 관계자가 왔다"면서 "상대 측에서 먼저 욕설을 해 항의하니까 말을 바꾸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전기충격봉이 1개 있기는 하지만 고장이 나서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당시 직원들은 20cm 길이의 삼단봉을 갖고 있었다"면서 "단속 과정에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덧붙였다.